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마시다 만 한 잔의 압생트 영원히 보상받지 못할 것 같은 상실감. -다자이 오사무 <인간 실격> 동네에 단골 술집이 생긴다는 건 일상생활에는 재앙일 지 몰라도 기억에 대해서는 한없는 축복이다. -권여선 <사랑을 믿다> 잊혀지지 않는 두 개의 문장. 하필이면 둘 다 술과 연관되어 있다는 게 우습기도 하지만,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한다. 마시다 만 한 잔의 압생트. 이 구절을 생각만 하면 입에서 박하향이 나는 것 같다. 박하향은 좋아하지만, 이 순간 느껴지는 박하향은 별로 개운한 느낌이 아니다. 굳이 빗대자면 헹구기는 아까운 가글의 맛에 가까울까. 이건 어쩌면 압생트의 색상으로 인한 단순한 연상 작용일지도 모른다. 더군다나 난 압생트를 마셔본 적이 없기 때문에 느껴지는 박하향이란 말그대로 상상일 뿐이다. 그런데 이 개운치않은 박하향이 상실감이란 표현과 묘하게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. 보상받지 못할 상실감. 입안에 남은 박하향. 쓰다보니 떠오르는 건 말보로 멘솔. 멘솔과 압생트는 좀 더 절묘한가. 권여선의 사랑을 믿다. 동네에 단골 술집이 생긴다는 건 일상생활에는 재앙일 지 몰라도 기억에 대해서는 한없는 축복이다.. 어떤 느낌이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다. 하지만 이 첫 문장을 읽었을 때의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. 아니, 그 느낌은 지금 다시 되뇌여도 여전하다. 생경하지만 익숙하고, 편안하지만 아렸다. 편안하지만 아릴 수 있는 정도로는 나이를 먹었다는 게 조금은 시원하면서 서글프다. 그리고 다행스럽다. 다른 구절. 맥주에 섞인 안동소주의 톡 쏘는 맛. 결국 또 술이다, 허어. 그 맛을 느낄 때의 기분이 어땠을지를 알 것 같다. 하나의 술보다 섞인 술이 좋아지고 있는 요즘은 더 그렇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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